내 이름 이 모양

생각 2009. 2. 22. 2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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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당 예약을 해도, 약국에 가도, 병원에 가도, 내 이름을 제대로 써 주는 이가 없으니...
안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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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요는 디자인을 낳는다!

오늘은 조금 거칠지만, 그래도 수 많은 고민과 삶의 지혜가 녹아 들어가 있는 vernacular design 의 진수를, 우리 외갓집을 중심으로 돌아보려고 한다. 가끔 나는 할아버지가 하시는 놀라운 디자인(?) 들을 보면서, 내가 왜 디자인을 하고 있는지 조금 이해가 되곤 한다. 필요를 느끼면 그 즉시 실행에 옮겨 무언가를 창조해내는 그 피가! 나에게도 흐르고 있지 않은가!

1) 재활용 전등갓

전등갓

맨 왼쪽의 것은 일반 쿠킹호일을 덮어씌워 만든 전등갓이고, 오른쪽의 두 개는 케잌을 먹고 남은 받침을 사용한 것이다. 단순한 재활용을 넘어서 충분히 아름답고 컬러풀하며, 반사율도 충분히 높아서 전등갓으로 손색이 없다.

2) 역광은 싫어욧~!

역광방지

도대체 왜 저기에 저런 달력종이, 할인점 전단지 따위가 붙어있는지 이해를 못하다가, TV를 보기에 가장 적절한 조도를 만들려고, 역광 차단용으로 붙여진 것을 알고 깜놀~!

3) 동그라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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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력에 동그라미들이 마치 도장을 찍은 듯 하나같이 꼭 같다. 이것 역시 음료 뚜껑이나 약뚜껑 등이 한번 거쳐간 흔적이다.

4) 스위치 Hol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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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 아래 포스트에도 한번 소개한 적이 있는 스위치 홀드! 반창고 하나로 쓰지 않는 스위치를 사정없이 홀드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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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이 집에 이사온지가 이제 1년하고 반쯤 지났는데, 우리집 대문에 붙은 열쇠집 스티커가 한 열댓개는 되는 거 같다. 어느 날 주의깊게 살펴보면 바뀌어 있고, 또 언제보면 바뀌어 있고. 가로 세로 5cm도 안 되는 그 좁은 공간이, 나만 상관 없었지 그들에게는 그야말로 치고박는 전쟁터였던 것이다.

서로 떼고 붙이느라 저정도지, 그냥 위에 덧대고 붙이기만 했으면, 아마 두께가 1cm 정도는 됐을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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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래 사진은 선릉역에서 촬영.
나는 왜 이런 플라스틱 튜브가 손잡이에 감기게 됐는지를 실제 코앞에서 본 사람으로서 여러 사람들의 안전을 위해 이 글을 포스팅하려 한다.

이 플라스틱 튜브가 씌워진게 한 두어달 된다.
감전사고가 있은 바로 다음 날 씌워졌으니까.
본론부터 얘기하면, 아래 사진에 나오는 두 손잡이를 동시에 양 손으로 잡을 경우 감전(?)이 된다.

지하철 손잡이와 승강장 손잡이를 동시에 잡는다면?
/*(여기서부터 가설)
지하철에 흐르는 고전압의 전류를 사람이 earth 시켜주는 역할을 하게 되는 셈이고, 사람 몸으로 고스란히 그 전류가 흘러버리게 될테니 당연히 감전이 되는거다. 어떻게 생각해보면, 이런 행위는 얼마든지 있을 법한 일이었는데, 아직 아무도 이에 대해서 생각해보거나 경고해준 적이 없다는 게 오히려 신기할 정도.
*/

나는 맨 첨에 그 사고를 봤을 때, (불과 1m 앞이었으므로) 그저 발 같은 게 끼어서 저러는가 싶었는데, 1~2초 비명을 지르던 그 남자는 털썩 주저앉아 시뻘개진 얼굴로 끄어끄어 숨을 내뱉고 온몸을 떨었다. 멀쩡하게 양복 차려입은 그 사람은 어딜 봐도 행색이 이상하거나 그럴만한 병을 갖고 있어 보이지도 않았다.

바쁜 나머지 어떻게 해볼 겨를도 없이 사람들에 떠밀려 그 장소를 떠나버렸지만, 한참 후에서야 이것이 감전사고 였음을 직감할 수 있었다. 역시나 그 다음날부터, 안전요원이 저렇게 배치되기 시작했고, 승강장 펜스에는 저런 플라스틱 튜브가 씌워졌다.

포스팅을 하면서도 사실 미심쩍은 것이...
저렇게 쉽게 감전될 수 있는 요소를 아직까지 지하철 공사는 모르고 있었단 말인가? 만약 알면서도 알리지 않았다면 비난을 당하기 어렵겠지만, 몰랐다면 이건 철저하게 디자인의 문제다. 사실 전동차가 정확한 위치에 정차하면 승객이 저 승강장 펜스를 잡을 일은 잘 없다. 그것도 동시에 두 손잡이를 잡을 일은 더더욱.

하지만, 미어터지는 사람들이 쏟아져나오는 아침 전철에서. 사고는 벌어졌다.
정말 예상할 수 없는 일이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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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하철이 오갈 때마다 냉냉한 바람이 매섭게 몰아치는 지하 역사의 가판대에서, 저렇게 박스에 몸을 가리고 추위를 견디고 계신 아주머니들을 뵐 때면 마음 한켠이 아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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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박스 이렇게 쓰일 줄은 몰랐는데,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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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이란 것이 식후 30분만 있는 게 아니라, 매 때마다 종류나 양이 다를 수도 있고, 환자에 따라서는 서로 다른 질병에 관한 약을 제각각의 터울로 먹어야 하는 경우도 생긴다. 이 때문에, 온전히 기억에만 의존해서 약을 챙겨먹는 것은 종종 어려운 일이 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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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첨에 언뜻보고는 알약 dispenser 의 하나이겠거니 했다. 그러나 위의 알약통을 잘 살펴보면, 그냥 우리 약봉투에 써주는 문구를 6개의 개별칸으로 나뉜 플라스틱통 위에 썼다뿐, 실제로 아침,점심,저녁을 다르게 먹게 해주는 dispenser 의 역할은 아니다.

실제 medicine dispenser 는 이렇게들 생겼다.

The medicine dispenser Careousel - The right medicine in the right timeMediPlanner II - Medicine Dispenser Organizer By Apex Healthcare Products 

위에서 봤던 알약통은, 아트박스에서 2천8백원에 알록달록하게 판매도 되고 있다. ㅡ,.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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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스테잎의 무궁무진한 활약은 이미 여러차례 소개한 바 있으나, 여기 또 새로운 응용버전이 나타났으니 그냥 지나쳐갈 수가 없다, 고급 백화점에서 쵸큼은 쌈마이 냄새를 풍기지만, 주어진 여건 하에서 최선을 다한 그 창의성에 점수를 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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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 부츠에 장사없다더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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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날 큰집 다녀오는 길에 사고가 있었다. 돌아오는 길에만 세 건이었으니, 전국적으로는 얼마나 많은 사고가 났을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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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할아버지 댁에 있는 거실 스위치인데, 위의 것은 베란다의 불을 켜는 것이고, 아랫것이 거실전등을 켜게 된다. 베란다 불은 켤 일도 별로 없는데, 거실 전등과 매번 헷갈리셨던 할아버지께서 아예 베란다 불을 HOLD 시켜버리셨다. 아주 간단하게 반창고를 붙여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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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 삼성, 큐리텔, 스카이 등등이 쓰여있길래 무슨 휴대폰 광고를 하는 줄로 알았다. 근데 자세히 봤더니, 노인들을 위한 ‘핸드폰 교실’ 이란다. 어르신들 컴퓨터 교육하듯이, 이제는 휴대폰도 교육을 하겠다는 것인데, 차라리 컴퓨터면 윈도우처럼 OS 라도 하나이고 편할 것을. 제조사마다 제각각, 모델마다 또 제각각인 핸드폰을 한 데 모아서 가르쳐준다니, 뭘 어떻게 하는 건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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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85세이신 우리 외할아버지는 그래도 핸드폰을 곧잘 사용하신다. 가끔 소리가 안 난다고, 이상하다고 전화를 하시는데, 매너 모드로 가버린 경우가 종종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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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휴대폰을 제법 잘 사용하시는 우리 외할아버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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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할아버지가 쓰고 계신 와인폰(초창기 버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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