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부터 아르바이트로 학비를 조달했다. 

이것도 10년 전 얘기고, 그나마 학비가 거의 들지 않는 학교라 가능했지, 일반 대학 같았으면 나는 몇 번 휴학을 하고 일을 해가면서 학교를 다녔을 지도 모른다. 홈페이지를 만드는 일을 할 수 있어서, 그 벌이로 기성회비나 기숙사비 내고, 일이 괜찮을 때는 용돈도 부족하지 않게 쓰곤 했다. 과외는 거의 안 했으니, 고학생 치고는 그렇게 힘들 것도 없었다.


2학년이었는지 3학년이었는지 대략 여름이었는데. 어느날, 아버지에게 전화가 왔다. 용돈 하라며 50만원을 보여주시겠다는 거였다. 돈 생긴다는데 누가 마다하겠냐마는. 내가 그 당시 딱히 돈이 부족한 상황도 아니었고, 아버지 어머니 어렵게 지내시는 걸 모르는 바 아니었으니, 오히려 그 돈이 나보다는 부모님께 더 유용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버지 전 괜찮아요. 아버지 쓰세요."


딴에는 생각한다고 드린 말이었는데, 되려 그 말 때매 아버지께 많이 혼났다. 부모가 주는 건 그냥 감사하게 받는 거지, 자식이 뭘 받니 안 받니 하는 거 아니라고. 매점 앞에서 휴대폰을 들고 멍하니 서 있었다. 


부모가 줄 수 있을 때, 또 그것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이 얼마나 감사한 일인지. 이제는 곰곰히 생각해보게 된다.

설령 내가 환갑이되고 아버지가 팔순이 넘어도, 아버지가 주시는 돈 만원을 내가 받을 수 있다면, 그게 내게도 아버지에게도 기쁨이 된다는 사실을 왜 나는 그때 깨닫지 못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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