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통 신년사는 그 시점에 적절한 트렌드를 잘 짚어서 현 조직의 업무와 잘 엮어내는 내용이 공표되곤 한다. 시무식에서 리더가 나와 "올 해, 우리 조직은 이런 것들에 중점을 둡니다~ 1. 2. 3." 이라고 말하는 것들 말이다. 신입때야 이런 내용들이 다 리더가 혼자 열심히 고민해서 나오는 줄로 알았지만, 한 반년정도 스탭(staff)조직에 있어보니 이런 신년사가 어떻게 만들어지는 것인지 대강 배우게 됐다.


물론, 리더는 큰 맥락을 잡고, 비전을 제시한다는 점에서 이 과정에 참여한다. 그러나 대부분의 세부적인 디테일은 그 아래의 스탭 조직이 '만들어' 주는 것이지, 리더 혼자서 세세하게 그 모든 것을 기획하지는 않는다. 그럴 시간도 잘 없거니와, 왠만큼 조직을 빠삭하게 알고 있는 리더가 아니라면, 차라리 실무를 이해하는 스탭 조직이 그 디테일을 잡는 편이 나을 때도 있다.


문제는 그 디테일을 만드는 스탭인데, 리더가 나보다 똑똑하다고 생각하면 fail.

리더와 스탭의 역할이 다르다는 충분한 이해를 바탕으로, 리더가 잘 알지 못하는 부분을 충분히 채워줄 수 있어야 한다. 그게 스탭 조직이 할 일이다. 만약 당신의 리더가 어디가서 이치에 맞지 않는 말을 하거나, 조직을 이해하지 못하는 발언을 하게 되면, 한 절반은 스탭인 당신에게도 책임이 있다. (여기서 절반은 그런 내조를 받고도 그 내조가 충분한 것인지, 제대로 된 것인지를 분별해내지 못하는 리더에게 있다.)


한 번은 UX 가 화두가 된 적이 있어서, 신년사에 들어갈 내용으로 UX에 대한 장황한 썰을 푸는데에 참여한 적이 있다. 문제는 스탭 조직이 특정 분야에 대해 전문가가 아니기 때문에 화두가 되는 내용을 100% 잘 안다고 할 수가 없는 것. 당연히 리더도 잘 알지 못하는 내용이니, 밑에서 충분히 support 를 해줘야 하는데 이게 쉽지가 않았다. 결국 스탭 3인이 모여 이러쿵 저러쿵 그럴싸하게 요리를 해서 장황한 스토리를 만들어냈고. 이리저리 재어보고 첨삭도 하던 리더는 별로 못 마땅해 하더니, 정작 전체가 모인 자리에서는 아주 확신에 찬 얼굴로 UX 에 대해서 우리가(스탭이) 만든 내용을 마치 자신이 생각한 결과물인 것처럼 전달했다. 이게 문제다.


여기서 내가 충격을 받았던 두 가지는 서포트를 한답시고 만들었던 UX에 대한 자료가 내 기준에서는 여전히 형편없었다는 것이고, 리더는 그것이 자기 성에 차지 않아도, 결국에는 매우 확신에 찬 어조로 오랜 시간 고민한 것처럼 공표해야 한다는 사실이었다. 어쩔 수가 없다. 리더는 조직이 클 수록, 그에 비례하는 비전과 확신을 사람들에게 심어줘야 하는 책무가 있는 것이고, 설령 그게 틀리던 맞던 간에 그 자체를 하지 못하면 바로 리더십이 없다는 소리를 듣게 된다. 그쯤되니 나중에 내가 저런 리더의 자리에 오르게 되면 자못 무섭겠다는 생각까지 들었다. 잘못하다가는 나는 내 입으로 맘에 들지도 않는 소리를 내뱉어야 할테니까.


이런 원리를 역으로 풀어나가면, 어떤 조직의 수장이 내뱉는 신년사, 조직원들에게 보내는 글 따위로 조직의 디테일한 면면을 보는데 활용할 수도 있다. 결국 그런 내용들은 스탭 조직에서 현안이 될만한 이슈들을 정리하고 엑기스를 뽑아낸 것일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언뜻 보면, 다소 뻔한 소리같아서 저런 말 누가 못하나 싶어도, 그 행간을 짚어보면 나름 의미 있는 현안을 볼 수 있단 얘기다. 실제로 내가 만난 어떤 부장님은 회장님 신년사를 꼼꼼하게 줄쳐가면서 그 안에 숨겨진(?) 다른 조직들의 문제점이나 전체 상황을 이해하는데 활용하기도 했다. 


결론.

1. 리더는 되는 것도 문제지만, 같이 움직이는 팀을 꾸리는 것도 중요하다. 조직이 커질 수록 더욱.

2. 스탭은 리더와 자신의 생리를 충분히 이해하고, 올바른 서포트를 할 수 있어야 자기 몫을 다했다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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