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식일 찾기

생각 2014. 11. 3. 07:13
오늘은 우리 부부가 교회학교 활동담당을 맡게 되었다. 주제가 있고, 그 주제에 대한 활동을 지도하는 식인데, 오늘 주제가 바로 '안식일' 이었다. '안식일' 에 대한 얘기가 나오면 나는 곧바로 '주 5일제 근무' 라던가, 토요일을 안식일로 주장하는 것을 쟁점으로 하는 몇몇 이단들, 카톨릭 교회, 토요일이 맞는가 일요일이 맞는가 하는 논쟁 따위를 떠올리곤 한다. 그리고 늘 언제나 답은 미완인 채로 여태 미뤄두었다. 신앙생활에 큰 지장을 주지 않기도 하거니와, 신학적으로도 아직 분분하다는 내용을 굳이 내가 뭐하러 덤빌 필요가 있나 싶어서였다.
허나, 어제 아내가 촉발한 문제제기 - 정말 문자적으로 마치 유대인들처럼 쉬는 것이 옳은가? - 덕분에 나는 이 주제에 대해 좀 더 명확해져야 할 필요를 느꼈다. 사실 아내의 문제제기는 그것이 옳은가 그른가의 판단 보다, 남편인 내가 주말이나 토요일에 나가서 활동하는 것을 꺼린다는 심증을 재차 확인해보고 싶은 데 있었다. 그러니, 나는 이 주제를 명확하게 하는 것이 여러모로 나의 신상에 좋은데, 첫째는 내 스스로가 행동의 근거를 마련하게 되는 것이 좋고, 둘째로는 이를 명확히 해 둠으로써 아내와의 기질적 차이 혹은 신념적 차이로 생기는 문제들을 새롭게 중재해볼 기회를 갖는 것이다.

우선 안식일에 대해 내가 지난 25년간 교회를 다니며 줏어들은 것들을 나열해보면 이렇다.
- 하나님은 창조하시면서 제 7일에 쉬셨다.
- 쉬신 정도가 아니라 사실상 '안식일'을 창조 하셨다. 쉰다는 개념 자체도 만들어놓을 필요가 있었다.
- 엿새를 힘써 일하라는 말씀이 있다.
- 안식일을 '거룩히' 지키라는 계명이 십계명 중에 하나 있다.
- 예수님이 돌아가신 날은 금요일 부활하신 요일은 일요일이다.
- 창조 첫날은 '빛'의 창조이다. 
- 일요일은 한 주의 첫 날이다. 주말이 아니다.
- 유대인들이 안식하는 날은 토요일이다. (금요일 밤부터 쉬는 것으로 알고 있다.) 

"안식일에" 로 검색한 성경 말씀
- 누가복음 13:10 "예수께서 안식일에 한 회당에서 가르치실 때에"
- 누가복음 4:31 "갈릴리의 가버나움 동네에 내려오사 안식일에 가르치시매"
-  이사야 58:13 "만일 안식일에 네 발을 금하여 내 성일에 오락을 행하지 아니하고 안식일을 일컬어 즐거운 날이라, 여호와의 성일을 존귀한 날이라 하여 이를 존귀하게 여기고 네 길로 행하지 아니하며 네 오락을 구하지 아니하며 사사로운 말을 하지 아니하면"
- 이사야 66:23 "여호와가 말하노라 매월 초하루와 매 안식일에 모든 혈육이 내 앞에 나아와 예배하리라"
- 사도행전 13:44 "그 다음 안식일에는 온 시민이 거의 다 하나님의 말씀을 듣고자 하여 모이니"

안식일을 '거룩히' 지키는 것은 무엇인가?

가볍게 생각하지 말라는 뜻이 분명히 있다. 쉴라면 쉬고, 일하려면 일해라 정도가 아니라 굉장히 준엄하게 '쉬어라' 라고 명령된 것이므로 지켜야할 필요가 반드시 있다는 뜻이다. 둘째로는 개인의 오락을 구하는 것을 삼가는 수준의 '거룩'이 포함된다는 것이다. 이사야 58장 13절 말씀을 보면, '네 오락을 구하지 아니하며, 사사로운 말을 하지 아니하면' 이라고 되어있다. 이래서 예전 목사님들은 주일에 시험공부도 하지 말고, 영화관도 가지 말라고 하신 거다. 

안식일에 무엇을 하면 되나?

성경 말씀을 살펴보니 안식일에는 예수님조차도 회당에서 가르치신 것으로 되어있다. 아무래도 아무것도 안 하고 빈둥빈둥 집에만 있자니 그것도 참 무료한 편이고, 게다가 하나님이 오락을 구하지 아니하고 예배하라고까지 하셨으니 (66장 23절) 예배와 안식일은 아무래도 관련이 깊은 것으로 보인다. 안식일에 모여서 성경에 대한 가르침을 듣고 서로 이야기하는 것 정도가 전통적인 유대인들의 모습이었던 것이 분명하다. 안식일에 예배하는 것은 맞는 것 같은데, 예배한다고 안식일이 되는 것은 아니기때문에 이것은 명확히 해둘 필요가 있다.

일요일이 왜 한 주의 첫날인가?

이 부분은 성경에서 정해놓은 것은 아닌 것 같다. 기원을 찾아보니, 주로 로마시대에 달력을 재정하면서 정해진 것으로 보인다. 일요일이 첫날인 것은 맞는데, 그 날을 휴일삼고 예배하도록 하는 것이 로마의 칙령으로 만들어지고 이후 계속된 것이다. 사실상 그전까지는 기독교인들은 제 7일인 토요일에 안식하고 예배까지 하던 것을 이제 반강제로 일요일에 예배하게 만든 것이다. 그리고 일요일은 부활절과도 겹치므로, 부활축제의 개념이 강했던 것으로 보인다. "부활절 축제 - 예배"를 매주 반복한다고 보면 비슷할 듯. 

그럼 뭐가 맞는거야?

1. 예수님 시대까지는 안식일 = 토요일 = 예배 세트가 작동했던 것으로 보이고, 이게 레퍼런스로 확실한 듯 함.
2. 로마시대에 달력 만들면서 예배를 일요일로 강제 쉬프트 작동했고, 부활절 = 예배 세트가 더 강해진 듯. 안식일 = 토요일 고리는 남아있지만 예배만 일요일로 쉬프트. 물론 로마에서는 일요일을 휴일로 공표했고. 안식일, 일요일 이렇게 이틀이나 쉰건가?
3. 엿새 일하라는 건 이제 어떻게 해야하는 건가? 원래대로라면 일요일부터 금요일까지 엿새동안 힘써 일하고, 토요일에 쉬면 된다. 하지만 현대에서는 이 안식일이 일요일로 강제 이동해버렸기 때문에,
1) 월요일에서 토요일까지를 엿새로 보고, 일요일에 쉬는 방법.
2) 일요일에서 금요일까지를 엿새로 보고, 토요일에 쉬는 방법.
이 두가지가 존재하게 된다.
문제는 지금 일요일에 이미 예배를 드리고 있기 때문에, 이것을 '안식일'에 드리는 예배로 보아야 하는가, 아니면 '부활축일' 로서의 예배로 보아야 하는가의 입장이다. 
사실상 안식일로서의 예배로 보아야 하는 것이, 부활축일은 매주 반복되는 개념으로 보기 어려우니 안식+예배가 반드시 존재해야 한다. 그렇다면 본래와는 맞지 않지만, 어쨌든 일요일이 현재로선 휴일로 재정되어 있으므로, 이 날을 안식일로 '활용' 하는 것이 합리적이라고 볼 수 있겠다. 이미 달력을 만들면서 날짜와 요일들도 몇번씩 이동했기 때문에, 지금으로선 누구도 제대로 된 토요일이 언제인지 일요일이 언제인지 장담할 사람이 없다. '일곱번째 날' 과 같은 서수형태의 표현으로도 미루어 볼 수 있듯이 이건 반복이 중요한거지, 2014년 11월 2일이 정말 일요일인지가 중요한 건 아니다. 
이렇게되면 1번: 월~토 를 힘써 일해야 할 '엿새' 로 보는 것이 맞게 된다.
그렇다고 주 5일제를 반대할 필요는 없다고 본다. 언젠가 보니, 이런 근거로 주 5일제를 반대하고 엿새를 일해야 옳다고 하시는 분 계시던데, 사람이 꼭 회사 나가서 출근하는 것만 일이 아니다. 나는 이로 인해, 토요일을 가장으로서 확실하게 '근무' 해야하는 근거가 생겨버렸다.

일요일에 쉬어야 한다.

그렇다면 지금 현대에서 우리가 취해야 할 또 하나의 쟁점은 이것이다. 일요일에, 우리는 쉬는가? 
많은 크리스천들은 예배한다. 그리고 쉰다. 하지만, 예배에 직접적으로 관련된 크리스찬들은 일요일에 쉼보다는 노동에 가까운 활동들을 하게 마련이다. 예배를 준비하고, 성도들의 식사를 마련하고, 차량봉사를 하기도 하고, 주보를 만들고 문자적으로 '일'을 하고 있는 것이다. 이 모든 것을 쉬어야 한다. 그래야 이 모순에서 빠져나갈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면 이 모든 건 언제 다 하나? 토요일에 하면 된다. 토요일은 아직 쉬는 날이 아닌 '주말' 이다. 우리가 예배하고 안식해야할 '일요일' 에 대비하기 위해 만반의 준비를 갖추는 노동. 그 노동을 위한 날로 토요일이 적격이다. 
그리고 정말 주일은 쉬어야 한다. 몸과 마음이 모두 쉬어야 한다. '보시기 좋았더라' 라고 하셨던 창조의 기쁨과 함께 쉬셨던 그 안식일. 우리도 몸이 쉬며 마음은 하나님의 창조의 기쁨을 공유할 수 있는 그런 예배를 만들어야 하겠다. 


AN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