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대문에 있었던 풍물시장이 신설동으로 옮겼다. 동대문에 있을 적에는 가본 적이 없어서 사실상 나는 첨 가보는 건데, 결론부터 말하자면 생각보다 잘 해놨다.
재래시장의 현대화를 어떻게 가능하게 할 것인가? 이러한 프로젝트가 어제 오늘의 얘기는 아니었지만 신설동 풍물시장은 그 적절한 대답이 될 것 같았다.
10시부터 개장인데, 딱 10시에 들어갔더니 점포의 반의 반도 열지 않았다. 10시 반이 되자 점포의 70% 정도가 여는 것 같았다. 아직 이사온 초기라 그런지 여기 저기서 마무리 덜 된 공사도 진행중이었고, 상인들도 조금은 스스로가 낯설어하는 분위기도 있었다.
복층 구조로 이루어진 풍물시장은 총 8개의 동으로 나눠지고 각 동마다 노랑동, 주황동, 초록동, 빨강동, 보라동 과 같은 색깔로 이름이 나누어진다. 그리고 그 색깔별로 적당한 업체 분류가 이뤄져 있으나 업주들이 구비한 물건이 그렇게 완벽하게 카테고리로 나뉘어질 만큼 질서정연한 것은 아니다. 패션 소품은 어딜 가나 드문 드문 볼 수 있는 것이고, 골동품이나 전자제품 카테고리는 비교적 뚜렷하게 모여있구나 하는 인상을 받았다.
복층구조임을 모르고 처음 1층을 방문했을 때는 생각보다 넓지 않은 시장 구조에 조금 놀라기도 했다. 원래 풍물시장에 들어선 개개 점포라는 것이 반평 될까말까한 넓이가 전부인 것은 알았지만 그걸 다 모았도 이거 밖에 안 되나 싶어서 말이다. 허나, 아랫층 윗층을 모두 고려한다면 제법 넓은 시장이고, 쇼핑하는 입장에서는 훨씬 더 편리한 구조요, 대지를 많이 차지하지 않으니 서울시에서도 간편했을 것 같다.
관광안내소가 아예 시장 한복판 (1층에서 2층 올라가는 계단 사이) 에 만들어져 있다. 물론, 아직은 이사도 덜 끝난 마당이라 오픈하지 않았지만, 외국인들의 관광코스로 활용하겠다는 의지가 엿보인다.
학교 다닐 적에 이병종 교수님과 대전 은행동에 있던 중앙시장을 돌았던 기억이 난다. 그게 5~6년 전인데도 시장 돌아가는게 영 아니올시다였던 걸 생각해보면, 그 때 그 상인들이 아직 자리를 붙이고 있을런지도 미지수. 그렇다고 모든 재래시장이 이 풍물시장같은 혜택을 누리기도 어렵지 않을까. 오히려 풍물시장 같이 희소성이 있는 장터야 달리 천적이 없는 편이지만, 일반 재래시장은 대형마트 등살에 이런 호사를 누릴 기회도 없지 싶다.
마지막 사진은 시장 앞에 서 있던 중국제 3륜차. 번호판은 거의 오토바이 번호판 같은데... 뒷모양은 마티즈2 에 가깝고. 크기는 정말 앙증맞다.
하지만 디자인 공부한 사람으로서 이런 사생아 같은 디자인을 만나면, 아무리 귀엽고 자시고 간에 화부터 치밀어 오르는 것은 어쩔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