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릭슈미츠가 방북하고나서 북한지역 구글지도가 좀 더 상세하게 표기가 된다기에, 심심해서 한번 들여다 보았다. 평양같은 대도시는 건물도 많고 더러는 3D 모델링까지 해놓은 곳도 있다. 평양의 구글맵을 올리면 혹시 잡혀갈까(?) 싶어서 - 세월이 하수선하여 내가 간이 요정도 밖에 안 되는군 – 그냥 평양은 그렇다고 얘기만 하고.
평양 말고는 좀 제대로 지도정보가 있는 곳이 있나 싶어 둘러보는데, 예상대로 제대로 된 정보가 나오는 곳이 드물다.
그런데, 이곳 저곳 다른 도시들을 둘러보다 ‘안주’라는 곳을 들여다보니 이거 좀 신기하다.
도시 전체에 기껏 나오는 정보가 ‘공동묘지’ 뿐이다.
아니. 무슨 무덤의 도시라도 되는건가???
위성으로 보면 좀 다르다. 건물도 있고, 논 밭도 있어 보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공동묘지’ 라는 지도정보에 해당하는 곳이 제법 많다. 다른 곳은 별다른 지도정보가 없는데, 유독 ‘공동묘지’ 만 이렇게 표기된 이유가 뭘까?
추측 1 – 옛날 지도를 활용했을 가능성
아주 오래된 북한 지도가 어디 있는데, 여기에 나오는 ‘공동묘지’ 라는 표기 외에 다른 정보는 정말 갖다 쓸 것이 없어서. 세월이 지나면 건물도 들어서고, 길도 나고 하겠지만, 묘지는 쉽사리 없어지는게 아니니. ‘묘지’ 만이 오로지 쓸만한 정보로 남았다는 가설.
추측 2 – 위성사진으로 판독 가능한 유일한 정보
위성으로 들여다보고 해당 지역에 대해 정보를 부여한다면 뭘 할 수 있을까? 논? 밭? 산? 강?
아마도, 사람이 만든 인공적인 지형으로 위성에서 관찰 가능하고, 인류 보편적으로 받아들여질 수 있는 지리정보가 ‘공동묘지’ 정도가 아니었을까 하는 가설.
해서, 북한 전역을 ‘공동묘지’ 로 스캔해봤더니, 아쉽게도 몇몇 도시에만 공동묘지가 뜬다. 1번 가설 2번 가설 어느 것도 지지해줄 수 있는 근거가 되지 못하는 듯.
남한쪽은 생각보다 서울 근교에도 공동묘지가 많은 편이다. 해서, 지금부터 남북한 ‘공동묘지’ 비교를 해보기로 한다.
남한의 공동묘지
위성 사진 자체가 좋아서 그런지 몰라도, 비교적 분봉들이 또렷하게 보이는 곳이 많다. 물론 진짜 ‘공동묘지’ 말고도, 한 문중의 선산 정도가 공동묘지로 찍혀있는 수준도 있다.
북한의 공동묘지
맨 마지막 사진을 제외하고는 해상도가 별로 좋지 않아서, 분봉이 제대로 있는지 없는지, 묘지가 맞는지 아닌지 잘 구분이 안되는 곳이 많다. 남한에 비해서 관리되는 상태나 분포가 그렇게 고르게 되어있는 것 같지는 않다. 분봉이 있는 곳과 없는 곳이 딱 구획되어 있지도 않고.
물론 이 정도 샘플만 비교해놓고, 되도 않는 ‘공동묘지’ 관리능력 따위를 남북한 비교시켜봐야 무슨 소용.
다만, 북한 땅에 선명하게 그려진 정보가 유독 죽음의 그림자인 것 뿐만이 안타까운 마음이다. 언제쯤 저 위에, ‘유치원’, ‘보건소’, ‘놀이터’ 같은 지도정보를 볼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