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에 줄을 쳐가면서 보는 스타일은 아니다. 그렇다고 그냥 읽고 덮어버리면, 남는 것도 없고.
여러해 고민한 끝에, 플래그를 붙여놓고 다 읽으면 컴퓨터로 붙여놓았던 부분만 다시 베껴쓰는 작업을 하기로 결정했다. 읽다가 흐름을 깨지 않아서 좋고, 기억해놓고 싶은 부분은 꼭 기록을 해두어서 나중에라도 요긴하게 써먹자는 것이다.
근데 문제는 이 플래그가, 꼭 쓸려고 보면 없다는 것.
맨날 책상 위에 앉아서 보는 것도 아니고, 이동 중에 (특히 요즘은 출퇴근하면서) 많이 보게 되는데, 핸드폰에 쪽수 적는 짓도 해보다가 안 되겠다 싶어서 결국 열쇠고리에 플래그를 달아놓기로 했다.
마침 GS리테일 포인트 카드가 대롱대롱 달려있길래 그 위에다 플래그를 두어개 달아서 요긴하게 써먹고 있다.
이마트 수서점이 퓨처스토어(future store)라고 신문에 난 것이 얼마 전이다. 나는 수서동에 살고 있으니까 맨날 가던 이마트가 쪼금 달라졌길래, 그냥 그런가 했다가, 뉴스 보고서야 이마트 중에도 그런걸 하는게 여기 뿐인줄을 알았다.
그 중에서도 와인 가판대가 아주 삐까번쩍한데, 와인을 들어다가 와인키오스크 앞에 갖다 놓으면 와인에 대한 정보가 나온다는 뭐 그런 식이다.
그래서 사진 속에 나무로짜여진 선반이 와인 특별 선반이고, 또 와인만 덩그러니 아일랜드로 제법 크게 진열되어 있다. 퓨처스토어 되기 전에는 와인을 팔았던가? 잘 기억도 안 나는데, 아무튼 지금은 나라별로 국기까지 그리고 아주 대단. (분기별 성과발표때 모양좀 내려고 '퓨처 스토어' 활용방안으로 오바스럽게 디자인한 것이 아닐런지...)
얼마전에 그룹장님한테 선물로 받은 와인을 마시려고 보니, 와인잔도 하나 없길래 이참에 와인잔을 하나 마련해야겠다 싶어 와인아일랜드로 뚜벅뚜벅 가봤다. 너무 싸구려도 아니고 그렇다고 비싼 것도 아닌 중간 가격쯤의 것을 하나 집어들고 가려는데, 저기 아래 구석에 뭔가 낯선것이 놓여있는게 아닌가.
와인을 마시려면
1) 와인
2) 와인오프너
3) 와인잔
4) 신의 물방울
이 있어야 한다는 걸까? 아무튼 이마트에서는 친절하게도 와인아일랜드에 '신의 물방울' 한질을 가져다 놓는 센스를 발휘해주었다. 나는 아직 와인의 W 도 모르는 사람이지만, 저 만화가 유명하다 유명하다 하니 언제 한번은 봐야하지 않을까 생각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