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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2.09.18 부모에 대한 두려움

부모에 대한 두려움

생각 2012. 9. 18. 10:07

주말에 하린이를 혼낼 일이 있어서, 따끔하게 주의를 줬다.

목사님 말씀 중에 단상 앞을 왔다갔다 하면서 제멋대로 소리를 지르고 다니길래 몇 차례 주의를 줬는데 멈추질 않았다. 옆에 있던 삼촌이 조용히 불러 타이르는 것도 듣질 않고 구제불능이기에, 하는 수 없이 데리고 나갔다.


매를 때릴까 싶다가도, 워낙 매 앞에서는 또 경기를 하는 탓에 그저 위협으로나 들고 있을 뿐이고, 엄하게 말로만 타이르는데 (사실 때가 되면 때리는 것도 필요하다고 나는 생각한다) 녀석이 '엄마 아빠 무서워~' 하면서 운다.


"그럼, 무서워야지! 내가 네 친구니? 아빠 엄마는, 하린이가 잘못하면 혼도 낼 수 있는거야!"


순간적으로 내입으로 한 말이지만, 사실 이건 오래 전에 아버지에게 들었던 말이다. 언젠가 내가 '다른 집 친구들은 아버지가 친구처럼 대해준다던데, 아버지는 좀 안 그런거 같아요' 라고 말하자, 아버지가 그러셨다. '세상에 친구는 많다. 하지만 아버지는 하나뿐이잖니. 그러니 나는 친구같은 아버지는 되어줄 수 없구나.' 

이걸 곧이 곧대로 해석하면 아버지가 참 구식이구나... 싶지만. 지나서 생각해보면 굳이 그렇게 오해할 필요는 없다는 생각이 든다.  세상에 친구처럼 살가운 아버지도 얼마든지 있을 수는 있지. 하지만, 친구라는 특수성에는 어느 누가 위계를 잡지도 훈계를 할 수도 없다는 일종의 사회적 계약이 있는 것이다. 아마 아버지는 이런 류의 계약 때문에 아버지로서의 역할을 못하게 되는 것을 걱정하신 게 아닐까 싶다.


무섭다는 것. 우리는 왜 이것을 나쁜 것으로 생각하는가? 아이가 부모를 두려워하는 것이 왜 잘못되었다고 말하는가? 무서운 것도 정도가 있는 것이고, 종류가 있는 것인데, 부모에 대한 모든 두려움과 경외감을 잘못된 것으로 치부한다면, 요즘같은 세상에 대체 애가 무서워 할게 뭐가 있나. 선생이 무섭길 하나, 목사님이 무섭기를 하나. 부모조차도 무서운 존재가 되지 못하면 애가 삐뚤어지는 건 불보듯 뻔한 게 아닌가. 나는 그런 관점에서 부모는 두려워 할만한 마지막 보루라도 되어야 아이의 인생을 바로잡아 줄 수 있다고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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