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 온지 한달이 조금 넘어간다. 낯선 풍경들은 조금씩 익숙한 것이 되어가고, 낯선 표정들도 하나둘 한국의 그것과 비슷하게 느껴진다. 그러나 여전히 낯선 것들이 있는데, 이곳의 관습과 제도 같은 것들이 그렇다. 시간이 좀 걸린다.


여전히 답답한 것중의 하나는 식당에서 종업원을 부르는 일이다. 정확하게는 종업원을 부른다고 할 수가 없는게, 종업원을 부르는 법이 없다. 그냥 손님은 앉아서 기다리고, 종업원이 찾아와서 묻는다. 그러기 전까지는 결코 그들을 불러내는 법이 없다. 나로서는 답답하기 짝이 없는데, 여기 친구들은 전혀 개의치 않는 듯 하다. 


음식을 주문할 때는 물론이며, 계산을 할 때도 마찬가지다. 밥을 다 먹었는데도, 하염없이 기다린다. 나같으면 빨리 불러서 돈 쥐어주고 떠나는 게 더 맞지 싶은데도, 세월아 네월아 하고 기다린다. 답답해 죽겠어서 내가 '불러야 하는 것 아니냐' 라고 묻는데도, 아니란다. 그냥 기다리면 된댄다. 


그런데 가만히 생각해보니 이것이 서비스직을 대하는 그들의 전반적인 태도가 아닐까 싶기도 했다. 그리고, 이렇게 하는 것이 맞는 거 아니었나? 라는 생각을 또 해보기도 한다. 우리는 식당엘 가면 종업원을 마치 자기 집 종 부리듯 막대하는 경향이 있다. 반말을 쓰는 사람도 더러 있고, 서비스가 좀 맘에 들지 않으면 호통을 친다거나, 머리카락이라도 나오면 아주 뒤집어지는 사람들. 우리는 서비스직에 있는 사람들에게 서비스를 받을 때, 그들의 인격까지도 돈을 주고 샀다고 생각하는지, 하대하는 것을 쉽게 생각한다. 손님만 그렇게 생각하면 모르겠는데, 사업주들도 마인드는 거기서 거기다. '서비스정신'이라는 미명하에 손님 옆에 무릎을 꿇려서 주문을 받거나, 말도 안 되는 '음식 나오셨습니다' 따위를 말하게 하는 것들. 이게 정말 서비스 정신인가? 


하지만 그들 역시도 직업인이고, 전문가라고 생각한다면. 그래서 그들을 하나의 인격체로 온전히 존중한다면, 이들의 행동 역시 조금은 이해가 간다. 종업원들도 제나름 열심히 일하고 있고, 손님을 찾아다니며 제대로 일을 하고 있는데 내가 굳이 불러 세울 것이 무언가? 그들의 전문적인 영역을 굳이 내가 끼어들어서까지 지적해야하는가? 여기 내가 있으니까 좀 봐달라고? 서빙하는 사람이 그 정도 눈치 없을까봐서? 이들은 이들의 전문영역을 터치하지 않는 것이다. 기다리면 알아서 올 것이라는 믿음은 거기에서 출발한다고 봐야한다. 


모르겠다. 이렇게까지 속터지게 기다리는 것까진 바라지도 않지만, 이것을 하나의 극단으로 본다면, 다른 극단에 있는 우리로서는 충분히 이동할 여지가 있어보인다. 빨리 빨리 테이블 회전을 시켜야하는 사장님의 조급함만 없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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