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식을 먹는 기준

생각 2013. 9. 25. 12:47

추석 사흘동안 처가에서 음식 먹으면서 그런 생각이 들었다. 음식을 먹는 양도 문화의 차이일까, 아니면 그저 생활수준의 차이일까?


내가 어릴 적엔 우리집 식탁에 생선이 두 마리가 한꺼번에 올라오는 일은 잘 없었다. 갈치는 한 마리가 여러토막으로 나오니 두 마리 효과를 누리는 건 있어도, 조기나 고등어 같은 생선이 두 마리씩 올라오진 않았다. 반면, 처가 식탁에는 늘 생선은 두 마리 정도가 올라온다. 

또 우리집에선 찌개나 탕이 있으면 그걸로 한끼 식사에 충분한 메인음식이었다. 하지만, 처가에서는 찌개나 탕이 있어도 불고기나 갈비가 나오기도 하고, 혹은 또 뭔가 있기도 하고 그렇다. 기본적으로 먹을 수 있는 게 많다.


결혼 초에는 이게 잘 납득이 안 가서 낭비라고 느껴졌다. 그리고 실제로도 두 사람이 주로 먹는 식탁에선 이 정도의 음식은 곧잘 남아서 낭비다. 하지만 아내가 지내온 문화권에서는 그렇게 식탁을 준비하고 음식을 소비했으니 그걸 탓하기가 어렵다. 기본적으로 식구 수가 우리집보다 많았고, 또 어느정도 여유도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으리라. 


내가 크면서 음식을 많이 못 먹은 걸까? 그런 생각도 든다. 형편이 안 돼서 그렇게 푸짐한 상을 자주 못 먹은게 아닌가 싶기도 하다. 어느집 식탁을 스탠다드라고 들이댈 수 있겠냐만, 만약 처가기준으로 본다면 우리집 식탁은 다소 빈약한 데가 있었을게다. 난 그런 식탁으로 십수년을 커왔고.


처가에서 사흘을 먹고는 늘 배가 더부룩하고 과식한 느낌이었다. 몸에 안 익어서 그런 것인지, 아니면 푸짐한 상차림에 내가 눈이 멀어 과식을 한 것인지 모르겠으나, 이런 저런 생각에 배는 불러도 마음은 어느 한구석 쓸쓸한 데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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