엊그제 우리집에 오기로 한 분은, 결국 중학생 딸의 만류를 이기지 못하고 첫출근을 접어야 했다. 그 전에 일하시던 분도, 가족에게 숨기고 제법 오래 일을 하셨지만, 결국 아들이 만류하는 것을 이기지 못하고 일을 그만두셨다. 대체 ‘남의 집 일을 한다는 것’ 이 무어길래. 이토록 사람들은 자신의 가족이 이런 일을 하는 것을 꺼리고, 더러는 자기 스스로도 남들에게 알려지는 것을 불편해 할까.

하인, 식모, 파출부, 가사도우미 등등으로 이름의 명칭이 바뀌었을 뿐, 그 일의 성격은 비슷하다고 생각하는 것이 아마도 큰 원인이지 싶다. 이름만 바뀐 것이 아니라, 그 성격이 바뀌어서 이름도 바뀐 것이라 믿는 나는 사회적 통념을 너무 무시하는 건가. 우리집에서 청소나 아이돌보는 일을 도와주시던 이모님께 난 단 한번도 어떤 일을 마구 시킬 수 있다고 생각해보지 않았고, 계약된 일의 범위를 벗어나는 일은 해서도 안 되고, 혹여나 해야한다면 양해를 구하는 것이 먼저라고 생각했다.

대개는 우리보다 나이가 더 있으신 분들이 일하시기 때문에라도, 항상 일해주심에 감사드리고, 인사도 열심히 하고 그랬는데, 여전히 은연중에 주종관계에 대한 인식이 이런 일을 불편하게 만든 게 아닐까라는 생각도 해본다. 본인이 자존심이 상할 수도 있고, 자녀들이 그러할 수도 있고. 허나 이건 본인 스스로가 프로페셔널하지 못한 문제다.

또 하나는, 이 일에 아무런 전문성이 없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의 편견이다. 집안일 거들어 주는게 뭐 대단하냐고 생각하는 사람들은 아마도 이런 일을 하는 것이 그저 단순 노동력을 빌려주는 정도라고 믿는 거 같다. 허나, 설거지 하나를 하는데 있어서도 
- 물과 시간을 얼마나 절약해서 설거지를 마칠 것인지
- 어떤 순서로 설거지를 해야 효율이 높은지
- 물기가 잘 빠지게 하려면 어떻게 그릇을 쌓아올려야 하는지
- 수세미의 종류는 어떤 것들을 골라서 사용해야 하는지
등등 나름의 노하우가 다양하다. 특히 음식관련 일들은 전문성이 없이 할 수 있는 게 아니어서, 이런 일을 하시는 분들도 쉽게 생각 안 한다. 일 못하는 사람이나 그냥 노동력으로 하는 거다. 요즘은 이런 서비스를 아예 대기업에서 브랜드를 걸고 하는 경우도 있고, 자체적인 교육시스템도 있다. 전문성이 없는 게 전혀 아니다.

아내 혼자서 네 살짜리 한 살짜리를 하루 종일 돌봐야 하는 상황이라는 게 결코 녹록하지 않다. 건장한 나도 왠종일 시달린다 생각하면 한숨이 푹푹 나올 일인데, 도움을 받을 수 있다면야 비용 지불을 마다하지는 않을 것이다. 그러니 이런 일에 대한 사람들의 생각과 편견을 좀 바꿔줬으면 좋겠다. 그게 일을 필요로 하는 우리의 입장이다. 결코 사치를 누리기 위함이 아닌, 생존을 위한 선택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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